교양 이야기/전쟁 이야기

전쟁: 일왕의 항복 조서(8.21 수)

영일만2 2019. 8. 21. 07:38

전쟁: 일왕의 항복 조서(8.21 수)


꼬라지 좋게 패망한 일왕의 항복조서를 다시 보며,

일제국의 말로를 되씹어본다.


-내용-

대동아전쟁 종결에 관한 조서

짐은 세계의 대세와 제국의 현 상황을 감안하여 비상조치로써 시국을 수습코자 충량한 너희 신민에게 고한다. 짐은 제국 정부로 하여금 미, 영, 중, 소 4개국에 그 공동선언을 수락한다는 뜻을 통고토록 하였다.

대저 제국 신민의 강녕(康寧)을 도모하고 만방공영(萬邦共榮)의 즐거움을 함께 나누고자 함은 황조황종(皇朝皇宗)의 유범(遺範)으로서 짐은 이를 삼가 제쳐두지 않았다. 일찍이 미, 영 2개국에 선전포고를 한 까닭도 실로 제국의 자존(自存)과 동아의 안정을 간절히 바라는 데서 나온 것이며, 타국의 주권을 배격하고 영토를 침략하는 행위는 본디 짐의 뜻이 아니었다. 그런데 교전한 지 이미 4년이 지나 짐의 육해군 장병의 용전(勇戰), 짐의 백관유사(百官有司; 조정의 많은 관리: 옮긴이)의 여정(勵精), 짐의 일억 중서(一億衆庶)의 봉공(奉公) 등 각각 최선을 다했음에도, 전국(戰局)이 호전된 것만은 아니었으며 세계의 대세 역시 우리에게 유리하지 않다. 뿐만 아니라 적은 새로이 잔학한 폭탄을 사용하여 빈번히 무고한 백성들을 살상하였으며 그 참해(慘害) 미치는 바 참으로 헤아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더욱이 교전을 계속한다면 결국 우리 민족의 멸망을 초래할 뿐더러, 나아가서는 인류의 문명도 파각(破却)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짐은 무엇으로 억조(億兆)의 적자(赤子)를 보호하고 황조황종의 신령에게 사죄할 수 있겠는가. 짐이 제국 정부로 하여금 공동선언에 응하도록 한 것도 이런 까닭이다.

짐은 제국과 함께 시종 동아의 해방에 협력한 여러 맹방(盟邦)에 유감의 뜻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제국 신민으로서 전진(戰陣)에서 죽고 직역(職域)에 순직했으며 비명(非命)에 스러진 자 및 그 유족을 생각하면 오장육부가 찢어진다. 또한 전상(戰傷)을 입고 재화(災禍)를 입어 가업을 잃은 자들의 후생(厚生)에 이르러서는 짐의 우려하는 바 크다. 생각건대 금후 제국이 받아야 할 고난은 물론 심상치 않고, 너희 신민의 충정도 짐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짐은 시운(時運)이 흘러가는바 참기 어려움을 참고 견디기 어려움을 견뎌, 이로써 만세(萬世)를 위해 태평(太平)한 세상을 열고자 한다.

이로써 짐은 국체를 수호할 수 있을 것이며, 너희 신민의 적성(赤誠)을 믿고 의지하며 항상 너희 신민과 함께 할 것이다. 만약 격한 감정을 이기지 못하여 함부로 사단을 일으키거나 혹은 동포들끼리 서로 배척하여 시국을 어지럽게 함으로써 대도(大道)를 그르치고 세계에서 신의(信義)를 잃는 일은 짐이 가장 경계하는 일이다. 아무쪼록 거국일가(擧國一家) 자손이 서로 전하여 굳건히 신주(神州; 일본: 옮긴이)의 불멸을 믿고, 책임은 무겁고 길은 멀다는 것을 생각하여 장래의 건설에 총력을 기울여 도의(道義)를 두텁게 하고 지조(志操)를 굳게 하여 맹세코 국체의 정화(精華)를 발양하고 세계의 진운(進運)에 뒤지지 않도록 하라. 너희 신민은 이러한 짐의 뜻을 명심하여 지키도록 하라.
어명(御名) 어새(御璽)
<종전조서 800자로 전후 일본 다시 읽기>> (송태욱 옮김, 뿌리와이파리, 2004)에서